20세기 주거건축의 사상을 찾아서
굿 라이프
이냐키 아발로스 지음 | 엄지영 옮김
2024년 12월 | 24,000원
더 나은 삶을 찾아가는 여정
『굿 라이프』는 스페인의 건축가이자 교육자인 이냐키 아발로스가 1986년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후안 에레로스와 공동으로 진행했던 강의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우리가 아직 가져본 적 없는 집’이라는 이 건축강좌는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방식으로 발전하여 1996년 “에스테이코 재단 논문상 El Premio de Ensayo de la Fundación Esteyco”을 수상했다.
“좋은 삶”에 대한 공동체의 비전을 실현하는 일이 건축의 역할이 아니라면, 건축이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모더니즘의 아이콘이 된 일곱 개의 주택을 소개하고 이들의 사상적 배경을 설명한다. 니체의 위버멘쉬,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오귀스트 콩트의 실증주의, 바슐라르의 현상학,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 들뢰즈의 후기 구조주의,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 등 현대철학의 주요 사상이 건축 공간과 조응하는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실로 도전적인 이 주택 탐방의 목적은 우리가 아직 가져본 적 없는 집에 대한 갈망이자 더 나은 삶의 방식(굿 라이프)을 상상하는 데 있다.
글쓴이 이냐키 아발로스Iñaki Ábalos
스페인의 건축가이자 교육자로 1956년 산 세바스티안에서 태어났다. 1978년 마드리드 건축대학ETSAM을 졸업한 후, 유럽과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5년부터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 영국 AA스쿨, 미국 컬럼비아 대학, 코넬 대학, 프린스턴 대학을 거쳐 2009년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 건축학부에서 단게 겐조 석좌 교수, 2013년부터 동대학 전임 교수 겸 학과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교육에 헌신하면서도 실무를 중시하는 건축가로 1985년 후안 에레로스와 함께 스튜디오 「아발로스 & 에레로스」를 창설, 2006년까지 공동 대표로 있었다. 2006년부터는 레나타 센키에윅스와 「아발로스+센키에윅스」를 설립하여 건축 실무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스페인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2017년에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는 마드리드 건축대학의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는 5개 국어로 번역 출간된 『굿 라이프』를 비롯하여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ExitLMI, 1999), 『고층건물과 오피스: 모더니즘 이론에서 현대의 실무까지』(MIT, 2002), 『열역학, 건축, 아름다움에 관한 에세이』(Actar, 2015) 등이 있다.
옮긴이 엄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스페인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 『계속되는 무』, 리카르도 피글리아 『인공호흡』, 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루이스 세풀베다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마리아나 엔리케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사만타 슈웨블린 『리틀 아이즈』,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엘레나는 알고 있다』와 『신을 죽인 여자들』 등이 있다.
길담서원 이전일지
작은 책방 집수리
이재성·이정윤 지음
2024년 10월 | 18,000원
옛집을 고쳐 작은 책방을 열다!
길담서원은 2008년부터 서촌에 터를 잡고 강의와 공부 모임, 음악회, 전시 등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책방이다. 나날이 인상되는 월세와 대표의 건강상의 문제로 문을 닫게 되어 책방지기로 일했던 ‘여름나무’와 ‘베짱이뽀’는 이전하여 이어가기로 했다. 대지에 발을 딛고 살고 싶었던 두 사람은 골목길이 살아있고 제민천이 흐르며 무령왕이 잠들어있는 백제의 고도 공주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며 살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자 집수리를 직접 하기로 한다.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1년여를 꼼짝없이 중노동에 시달리며 벽과 천장을 허물고 먼지와 싸운 우여곡절의 시간을 기록해나간다. 어렵고 고된 가운데서도 재밌었던 집수리 보고서『작은 책방 집수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이정윤 여름나무
길담서원 대표로 목공일을 좋아해서 집수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발효와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우리밀로 빵 굽는 일을 즐기고 영어원서강독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성 뽀스띠노, 베짱이뽀
길담서원 책방지기로 마당 일, 텃밭 일을 좋아한다.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길담서원, 작은 공간의 가능성』(궁리, 2020), 공저로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철수와영희, 2012), 『눈, 새로운 발견』(궁리, 2017)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창비, 2024) 등이 있다. 현재 문화예술전문지 월간 《QUESTION》에 뽀스띠노의 책방 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금호동의 달
김정식 지음
2024년 7월 | 18,000원
1970년대 서울의 초상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금호동 달빛
1970~1980년대 경제개발 시기, 서울 하늘의 달빛을 바라보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 옛 기억을 모아 에세이를 펴냈다. 외국의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강의하다 현재 광운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금호동 달동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가난했지만 이웃 간에 정이 도탑던 시절, 작가는 다리가 불편한 탓에 조금 낮은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였다. 오랜 타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어느 날, 작가는 자신의 자아가 이곳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키워낸 금호동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기로 한다. 조각보처럼 기억을 엮은『금호동의 달』에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이웃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이 책은 이들에게 바치는 저자의 고백록이자 한편의 팩션 단편집이다.
김정식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광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다. 미국 웨스턴워싱턴대학교와 홍콩시립대학교의 교수로 심리학과 경영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의했다. 전공과 관련된 일만 하는 게 지루해서 어느 날 밤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5년 넘게 외국에서 살면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썼으며, 지금은 자전적 소설을 쓰는 중이다. 저서로는 『쓰러지지 않는 기업의 조직 탄력성』, 『조직의 직무동기』, 『조직행동』이 있다.
그래픽 노블
뱅크시
프란체스코 마테우치 글 | 마르코 마라지 그림 | 이민 옮김
2024년 6월 | 21,000원
얼굴 없는 화가, 거리의 아티스트, 뱅크시!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룬 최초의 그래픽 노블 출간!
‘에드워드 호퍼’, ‘마크 로스코’에 이어 뱅크시의 이야기가 그래픽 노블로 출간되었다. 뱅크시는 분명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거리예술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이 책은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호기심과 아이러니를, 두 젊은 아티스트의 대화를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낸 그래픽 노블이다. 이 책의 출간 작업을 마무리하던 중, 그의 작품이 우리 곁에 온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서울 한복판 인사동의 ‘그라운드 서울’에서 2024년 10월 20일까지 열리는「리얼 뱅크시」전! 우연의 일치겠지만, 없는 듯 있는(nowhere, now here) 그의 존재 방식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소식이다.
글쓴이 프란체스코 마테우치Francesco Matteuzzi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으로 소설가이자 만화 스토리 작가.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며 단편 영화와 라디오, 드라마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비평지 《중국의 연기Fumo di China》에 다수의 논문과 기사, 만화 대본을 썼다. 영국의 유명 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데이브 매킨Dave Mckean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데이브 매킨의 만화수업Lezioni di Fumetto DAVE MCKEAN』(comicout, 2013)을 출간했다. 최근에 출간한 그래픽 노블로는 『마크 로스코』(Centauria, 2020), 『호투사이, 일본의 발견』(Mondadori Electa, 2021), 『그의 이름은 뱅크시』(Centauria, 2022) 등이 있다. 2009년 ‘잔카를로 시아니 상Premio Giancarlo Siani’을 수상했다.
그린이 마르코 마라지Marco Maraggi
이탈리아 우디네 출신으로, 로큰롤과 거리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이다. 그는 만화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두고 공부한 후, 자기만의 그림 스타일을 완성했다. 최근 출간한 책으로 『그래픽 노블을 그리는 법How to Draw a Graphic Novel』(Thames & Hudson, 2023)이 있고 그래픽 노블로 『앤디 워홀Andy Warhol』(Frances Lincoln, 2024)이 있다. 현재 국제적인 지명도가 있는 여러 출판사 및 잡지와 협업 중이다.
옮긴이 이민
충남 논산 출신으로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나폴리의 프란체스코 베네치아Francesco Venezia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익힌 건축가. 1997년 (주)이손건축을 설립하고, 어린이 교육시설, 주거,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했으며 김수근 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14년 이유출판을 설립, 운영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풍화에 대하여』,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리나 보 바르디』, 『여우와 망아지』 등과 그래픽 노블로는 『에드워드 호퍼』, 『마크 로스코』가 있다.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미오기傳
김미옥 지음
2024년 5월 | 18,000원
믿고 보는 미오기표 ‘곰국 에세이’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책’을 페이스북에 소개하며 유명해진 김미옥 작가가 자신의 삶을 풀어낸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활자만 보면 닥치는 대로 읽어대며 자신을 ‘활자 중독자’로 칭하는 작가의 열정 뒤에는 고단했던 인생 서사가 숨겨져 있었다. 그의 삶은 맵고 쓰고 짠 사연들로 버무려져 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문장은 유쾌함과 유머로 가득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마다 아픈 과거를 불러내 친구로 만들었던 그의 글에는 폭소와 더불어 가슴 한곳이 뻐근해지는 페이소스가 배어난다. 설익은 신파가 아니라 곰국처럼 오랜 시간 뭉근하게 우려낸 블랙코미디 인생사가 펼쳐지는 것이다. 명랑함과 서글픔 사이를 온탕과 냉탕처럼 오가며 웃고 우는 사이 독자들은 미옥이가 ‘미오기’가 된 사연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미옥은 자타공인 활자 중독자다. 2019년부터 SNS에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연간 800여 권의 책 읽기, 1일 1권 이상 읽기와 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불세출의 서평가로 알려졌고, 의도치 않은 팬덤도 생겨났다. 《시로 여는 세상》, 《문학뉴스》, 《중앙일보》 등의 매체에 칼럼을 쓴다. 저서로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가 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한 건축가
샬롯 페리앙
글⸱그림 앙헬라 레온 | 엄혜숙 옮김
2024년 1월 | 15,000원
‘더 나은 디자인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20세기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인물, 샬롯 페리앙. 남성 중심의 건축계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가려져 있다가 최근에야 그 존재감을 인정받은 여성 건축가이자 크리에이터이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꿈과 열정, 당대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와의 협업과 갈등 그리고 세계 일주 여행까지, 드라마틱한 그녀의 생애를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20세기의 아이콘이 된 가구들, 학생 기숙사와 노숙자 쉼터,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 자크 스키 리조트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위한 건축에 헌신했던 샬롯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책과 짝을 이루는 저자의 전작 『리나 보 바르디』는 2021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회), FNLIJ(브라질국립아동청소년도서재단), TABF(도쿄아트북페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작가 앙헬라 레온은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마드리드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후 브라질로 이주하여 여러 지역 예술 기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환상적인 도시 상파울루 이야기Guia Fantastico de Sao Paulo』를 출간하고 「이상적인 도시Utopian Urbanism」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작 『리나 보 바르디』로 2021I 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회), FNLIJ(브라질국립아동청소년도서재단), TABF(도쿄아트북페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현재는 보그 까사 브라질 등의 매거진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이 엄혜숙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일본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책을 만들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번역, 집필, 강연 등을 하고 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개구리와 두꺼비가 함께』, 『플로리안과 트랙터 막스』, 『셀마』, 『비에도 지지 않고』, 『저기요, 이제 그만해요』, 『와일드 로봇』 등을 번역했다. 『세탁소 아저씨의 꿈』, 『나의 초록 스웨터』,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 『100일 동안 매일』 등의 책을 썼다.
맥비 2023_0
맨 앞, 처음의 형태
맥락과비평 편집위원회 글
2023년 12월 | 15,000원
문학이 다른 장르와 대화를 시도하는 『맨 앞, 처음의 형태』 0호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단행본의 형식을 취하되, 무크지의 성격을 갖는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으로 이번 호는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내는 맛보기 출간이다. 문학 연구자들과 창작자, 건축가가 한국 근현대문학의 여러 주제와 쟁점들을 ‘전위’라는 개념의 프리즘으로 살펴보면서 그 논의를 건축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문학이 자신의 영토를 외부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예술의 ‘융합’을 도모하는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방안이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필자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보려는 이 시도는 매년 주제를 바꾸어 진행되면서 문학과 인접 예술의 대화로 확장될 예정이다.
맥락과비평 편집위원회
김정환 : 시인
박수연 : 충남대 교수
김현정 : 세명대 교수
남기택 : 강원대 교수
한상철 : 목원대 교수
이명원 : 경희대 교수
김종헌 : 배재대 교수
김석영 : 시인
김승환 : 충북대 명예교수
김종광 : 소설가
이혜진 : 세명대 교수
김화선 : 배재대 교수
어딘가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맞춤복 거리가 있다
이은하 지음
2023년 12월 | 14,000원
다섯 출판사가 함께하는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는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대전 중촌동 맞춤복 거리를 지키는 장인들 이야기
기성복만 입고 자란 저자가 도심 골목에 패션 공동체를 이룬 맞춤복 거리를 찾았다. 학창 시절을 이 동네에서 보냈으나 그의 기억 속에 맞춤복 거리는 그냥 허름한 골목일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전시에서 100억 원 예산을 들여 패션플랫폼을 설립한 이곳을 꼼꼼히 살펴보니, 오랜 세월을 지켜온 장인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변화무쌍한 트렌드의 흐름을 이끌고 있었다. 1970년대부터 50년 넘게 유지되어온 맞춤복 거리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노동자들의 삶이 보인다. 이곳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던 한국 여성들의 생활력이 빛을 발하던 거리다. 요즘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이곳에서 젊은 패션인들과 협력하며 패션 공동체의 미래를 그려가는 장인들을 만나보자. 이 책은 패스트 패션에 익숙해져 맞춤복과는 거리가 멀어진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작가 이은하는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기자와 시사 프로그램 전문작가로 일했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과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에서 일했다. ㈜책이밥 대표로 누군가의 삶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 믿고, 생애사를 써나가고 있다. 청소년들의 이타적 자서전 쓰기와 노인들의 생애사 쓰기를 교육하고 있다. 저서로 『페미니스트 비긴스』, 『이정순 평전』(공저) 등이 있다.
잃어버린 고양이
빌리를 찾아서
당최 지음
2023년 11월 | 18,000원
서울의 주택가에서 고양이를 잃고
유령처럼 밤 골목을 배회한 어느 집사의 이야기
2017년 가을, 망원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 빌리가 집사의 품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주차장을 벗어난 빌리는 근처 건물의 구조물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날 이후 망원동 골목에는 밤마다 “빌리야!” 부르며 헤매는 집사의 목소리가 깔리기 시작한다. 곳곳에 고양이를 찾는 전단이 붙고, 밤공기를 울리는 집사의 외침은 날이 갈수록 마포구 일대로 퍼져 갔다.
《빌리를 찾아서》는 두 고양이를 키우는 작가가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쓰고 그린 그림 에세이이다. 둘째 고양이 ‘빌리’를 잃어버렸다가 294일 만에 되찾기까지 겪은 수많은 우여곡절과 감정의 너울을 진솔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시시각각 작가의 내면에 휘몰아치는 불안과 걱정, 자책과 상실감은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자들은 오랫동안 길거리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고양이와 밤마다 골목길을 헤매던 집사 가족의 분투기를 통해 잃어버린 반려묘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 사례를 실감하게 된다.
작가 당최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책 읽기를 좋아했다. 특히 공상하고 이야기 짓는 것을 좋아해 방에 틀어박혀 글 쓰며 소설가를 꿈꾸기도 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지냈으며 학창 시절 듣던 록 음악을 지금도 즐겨 듣는다. 세상은 여전히 당최 모르는 일이 많다는 생각에 ‘당최’라는 필명을 쓰기로 했다.
2009년 우연히 키우게 된 첫째 고양이 조니, 2013년 길에서 쫓아와서 키우게 된 둘째 고양이 빌리 덕에 어느덧 10년 차가 넘는 집사가 되었으나 여전히 고양이는 당최 모르겠다. 현재 두 고양이와 함께 일산 학원가의 한구석에서 요가를 즐기며 잔잔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