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쓴 우리 동네 이야기
서촌 그리는 마음
정광헌 글⸱그림
2023년 7월 | 24,000원
어린 시절은 영원한 노스탤지어인가. 작가 정광헌은 이런 물음에 답하듯 옛 추억을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작가는 한국 전쟁 중이던 1952년 경기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서울로 이사 온 후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서촌에서 보냈다. 전쟁 직후 모두가 힘겹게 살아가던 60년대, 어린아이의 눈에는 세상천지가 놀이터요, 만물이 장난감이었다. 언덕에서 구르다 쇠똥구리와 맞닥뜨린 두세 살 적 첫 기억부터 20대 청년이 되어 대학 재학 중 긴급 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된 후 군에 징집되기까지,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굵직한 현대사가 포개져 있다. 수출의 역군으로 지구촌을 누비던 작가는 70대에 접어들어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정감 있는 그림들로 그 시절을 복원해 냈다. 독자들은 작가의 놀랍도록 세밀한 기억이 되살려낸 60여 년 전 서울의 서촌, 그 풍속화 같은 장면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정광헌은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경기도 금촌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네 살 때 서울의 서촌으로 이사해 송강 정철의 집터였던 청운국민학교를 거쳐 겸재 정선의 집터에 자리 잡은 경복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고, 육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20년을 서촌에서 살았다. 1978년 대학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수출의 역군으로 국가 건설에 이바지한다는 포부로 삼성물산(주)에 입사했다. 독일 주재원으로 파견되는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외시장 개척과 선진 기업들과의 국제 교역에 매진하였으며, 국내 상장회사의 CEO와 동부그룹 동부 LED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은퇴 후에도 국내 벤처기업들의 신사업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개인사업을 운영하면서 KOTRA와 무역협회의 자문위원과 방위사업청 국제계약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서울 청운초등학교 운영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힙합, 문학, 종교의
영혼을 찾아서
알레한드로 나바 지음 | 김한영 옮김
2023년 6월 | 21,000원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영혼’을 말하는가? 우리에겐 이미 잊힌 단어 아닌가? 『영혼을 찾아서』는 이런 의문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책이다. 이 책은 힙합의 시학에서 그 절정을 이루는 ‘영혼’의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성서적 기원에서 출발해 흑인과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에 담긴 풍요로운 전통의 핵심까지 아우르며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든다. 문학, 음악, 철학, 신학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연구하면서 ‘영혼’에 대한 이들의 이해가 정의와 해방, 영적 구제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도 상세히 다룬다. 그러면서 성서적 전통과 힙합이 모두 박탈과 억압의 경험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로마 제국의 게토에서 태어났든, 미국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든 기독교와 힙합은 박해받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고통받으며,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영혼의 비전을 생생한 빛깔로 드러낸다.
글쓴이 알레한드로 나바는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종교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시애틀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애리조나 대학 종교학과에서 세계의 종교와 문화의 연관성을 주제로 깊이 있고 폭넓은 연구와 강의를 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대표적인 저술로는 『신세계에서의 경이로움과 유배』, 『시몬 베유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신비적이고 예언적인 사상』, 『영혼을 찾아서』 등이 있다.
옮긴이 김한영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예대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번역에 종사하며 문학과 예술의 곁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미를 욕보이다』, 『무엇이 예술인가』, 『빈 서판』, 『언어본능』, 『아이작 뉴턴』, 『건축의 경험』, 『건축과 기후윤리』, 『빈센트가 사랑한 책』 등이 있다. 제45회 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싱글맘의 마음 보고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홍소영 지음
2023년 5월 | 15,000원
그동안 갖고 있던 싱글맘의 이미지는 잊어라. 자신의 이야기를 SNS에 올려 열렬한 호응을 얻고, 인터넷신문에도 연재된 홍소영 작가의 글이 에세이집으로 출간되었다. 세 번의 유산 후에 얻은 아이의 출산을 기뻐하긴커녕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버린 남편. 날벼락처럼 싱글맘이 되어버린 소영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때론 눈물겹고 때론 마법 같은 역경 극복의 나날을 보낸다. 인쇄업을 하던 유쾌한 아버지와 개다리춤의 대가인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낙천성과 유머 감각은 삶이 먼지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결코 생을 포기하지 않게 만든 힘이 되었다. 모래사장에 흩뿌려진 사금파리처럼 유머와 위트로 가득한 저자의 글에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웃기고 울릴 애환과 통찰이 가득하다.
홍소영은 인터넷신문 《우먼타임스》에 1년간 「홍소영의 ‘나, 싱글맘’」 칼럼을 연재했다. 복싱을 배우며, ‘공상에 빠지기’, ‘딸이랑 상황극 하기’, ‘즉흥곡 만들기’를 즐긴다. 한국의 조앤 롤링을 미래의 청사진으로 그리며, 기발한 생각이 떠오를 때면 그 즉시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동화 작가와 더불어 오로라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도.
아기 행성에서 놀다가 나를 발견하고 지구로 날아왔다는 열 살 난 딸 재희, 열세 살 푸들 쪼꼬와 살고 있다. 출산 직후 싱글맘이 되어 오랜 시간 동굴 안에 움츠려 있다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진 어느 날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래픽 노블
에드워드 호퍼
세르지오 로씨 글 | 조반니 스카르두엘리 그림 | 이민 옮김
2023년 4월 | 21,000원
에드워드 호퍼를 평전 형식으로 다룬 최초의 그래픽 노블. 저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호퍼의 삶과 죽음을 개괄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독자적인 스타일을 찾기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의 단호하고 매혹적인 초상을 보여준다. 미술학교 학생 시절부터 상업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이 알려진 시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유럽 여행과 아내 조세핀과의 관계 그리고 인생 후반부의 놀라운 성공에 이르기까지 호퍼 자신의 언어를 빌려 그의 뿌리를 추적한다. 그림 작가는 호퍼의 담백한 선과 색채 사용법을 이어받아 그의 삶과 스타일을 되살려내며, 자신의 비전을 결코 잃지 않았던 화가의 창조성을 신선한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호퍼의 작품을 화집으로만 접했던 독자들은 이 책에서 현실과 부딪히며 예술혼을 불태운 위대한 화가의 내면을 생생히 느끼게 될 것이다.
글쓴이 세르지오 로씨Sergio Rossi는 이탈리아 페루쟈 출신으로 물리학을 전공했고, 볼로냐에 거주하며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부터 어린이 잡지 《Gbaby》에 만화 시리즈를 연재 중이고, 만화의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중국의 연기Fumo di China》라는 비평지의 편집을 맡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소설 『한방에 이기다Scacco Matto』(Disney libri, 2005), 이탈리아 에로코믹 선집 『제길, 당신들을 사랑할거야Malette, vi amero』(Neri Pozza, 2007), 1970년대 이탈리아의 정치를 풍자한 만화 『상상력과 권력L’immaginazione e il potere』(Rizzoli,2009), 그래픽 노블 『뒤샹, 레디메이드 인생Duchamo, Una vita ready-made』(Centauria, 2020) 등을 썼다.
그린이 조반니 스카르두엘리Giovanni Scarduelli는 이탈리아 오스틸리아 출신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이다. 그의 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틈날 때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한다. 그동안 다양한 책에 일러스트 작업을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해적의 여왕La regia dei pirati』(Solferino, 2018), 『모두를 구원한 타나Tana libera tutti』(Feltrinelli, 2021), 『구슬 자루』(Rizzoli, 2021), 『스푼 강의 선집L’Antologia di Spoon River』(Mondadori, 2022) 등이 있다. 그래픽 노블로는 『에드워드 호퍼』와 『마크 로스코』(Centauria,2019)가 있다.
옮긴이 이민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나폴리의 프란체스코 베네치아Francesco Venezia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익혔다. 1997년 (주)이손건축을 설립하고, 어린이 교육시설, 주거,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했으며 김수근 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14년 이유출판을 설립, 운영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풍화에 대하여』, 『여우와 망아지』,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리나 보 바르디』 등이 있다.
건축과 기후윤리
백진 지음 | 김한영 옮김
2023년 3월 | 21,000원
우리 시대의 건축과 도시를 폭넓은 시야로 살펴온 서울대 건축학과 백진 교수의 저서 『건축과 기후윤리』의 한글판이 나왔다.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로 고심하던 저자는, 일본의 철학자 와츠지 테츠로의 ‘풍토론’에서 영감을 받아 기후 현상에 함축된 윤리적 측면을 조명한다. 아울러 이를 창작의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기후에 대한 지식은 쌓여가지만 왜 정작 ‘기후’와 삶의 내밀한 연관성은 점점 더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데이터로 접근하는 사이 놓쳐버리는 기후의 진상은 무엇이며, ‘너와 나’의 이분법을 넘어서 공동체적 연대를 이루는 과정에서 기후의 윤리적 역할은 왜 중요한 것일까? 이것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그동안 자연과학에만 의존하여 지속가능성을 논하던 우리의 태도를 버리고,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지구 환경 전체를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건축과 도시는 물론이고, 공동체의 윤리적 면모가 갈수록 소진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홀로 외치는 저자의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되돌아오길 기대한다.
백진은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의 예일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와 동경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건축 및 도시 이론을 가르친다. 지구적 관점에서 수용 가능한 보편적 주제를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근현대건축과 도시가 걸어온 역사적 궤적의 특수성과 위상을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현상학을 기반으로 건축과 도시의 기저성과 윤리적 역할을 살피고, 역사, 기술, 미래도시담론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 건축, 도시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건축과 현상학 International Architecture and Phenomenology Conference」, 「아시아의 도시문화Asia Cities Culture」 등 다양한 국제심포지엄을 기획하고, 국제학회의 키노트 스피커 및 초청 연사로 강의하였다. 네이버 TV ‘서울대 지식교양 강연-생각의 열쇠, 천 개의 키워드’ 시리즈에서 「건축의 구축과 문화적 의미」, 「정의와 도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저서로는 『Nothingness: Tadao Ando’s Christian Sacred Space』(Routledge, 2009), 『풍경류행』(효형, 2013), 『Architecture as the Ethics of Climate』(Routledge, 2016)가 있고, Architectural Research Quarterly, Journal of Architectural Education, Architectural Theory Review, Philosophy East and West 등 다양한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다음 책으로 『정의와 도시』, 『건축과 도시의 현상학』을 집필 중이다.
옮긴이 김한영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번역에 종사하며 문학과 예술의 곁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건축의 경험』, 『빈센트가 사랑한 책』, 『미를 욕보이다』, 『무엇이 예술인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빈 서판』, 『언어본능』, 『아이작 뉴턴』, 『갈리아 전쟁기』, 『카이사르의 내전기』 등이 있다. 제45회 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괴테의 식물변형론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이 선 옮김
2023년 3월 | 24,000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불멸의 작품을 남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문학가로서 이룬 눈부신 업적 때문에 가려진 그의 또 다른 모습이 여기 있다. 바로 자연과학자의 면모이다. 대학 시절부터 문학 외에도 광학과 해부학에 관심이 많았던 괴테는 “마흔이 되기 전에 공부 좀 해야겠다.”라며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 여행에서 낯선 기후와 지리, 이국적인 삶과 예술을 접하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특히 빛과 식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1790년에 『식물변형론』을, 1810년에 『색채론』을 출간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바로 『식물변형론』의 한글판이다. 국내 첫 번역본으로, 역자가 공들여 작성한 해제와 역자주, 시각 자료를 수록해 독자가 저술 배경을 상세히 살필 수 있게 했다. 이 책에는 육아일기를 쓰듯, 식물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괴테의 자상한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독일 문학사상 최초로 세계문학의 거목으로 평가받은 대문호이자 소명 의식을 지닌 정치인이다. 1749년 8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황실 고문관인 아버지, 시장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6세에 라이프치히 대학에 진학했으나 병으로 학업을 중단했다가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고향 프랑크푸르트에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했다. 대학 시절에 문학, 예술, 해부학 등 다방면의 경험을 쌓았고, 25세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하여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 이듬해엔 이 소설에 감탄한 바이마르 공국 공작의 초청으로 국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교육, 재정, 건설, 군사 등 여러 분야의 행정관으로 일했다. 분주했던 공무 중에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고 자연과학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동식물, 광물, 기상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방대한 연구를 했는데, 뉴턴의 이론에 맞서 40년 넘게 매진했던 연구인 『색채론』과 더불어 『식물변형론』은 그의 ‘전인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빛나는 저작이다. 바이마르 궁정에서 10여 년을 보낸 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고, 이때의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를 탈고한 이듬해인 1832년 여든세 살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도시 바이마르는 ‘독일의 문화 수도’라고 불리고, 지금도 독일이 문화적 자부심으로 내세우는 인물이 괴테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한 인물이 남긴 흔적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옮긴이 이선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학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식물생태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식생 및 입지학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전통 조경 공간과 자연 유산, 식물학의 역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궁능문화재분과)을 맡고 있으며 평소에 자연과학자로서 늘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인문학자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지은 책으로 『한국 전통 조경 식재 : 우리와 함께 살아 온 나무와 꽃』, 『한국의 자연 유산』, 『우리 자연 유산 이야기』, 『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옮긴 책으로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나무 신화』 등이 있다.
생명처럼 강하고, 사랑처럼 유동적인
액체 세대의 삶
토마스 레온치니 지음 | 김지우 옮김
2023년 2월 | 18,000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집『액체 세대』의 담론을 이어받은 토마스 레온치니의 신작이다. 외모와 속도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인간관계의 양상과 그 원인을 탐구한다. 웹에 의한 세계의 변화와 성형술의 발달로 인한 신체의 변형, SNS에 쏟아지는 공격성과 새로운 성문화 등의 사회상도 깊숙이 다룬다. 30대 시인이자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심리학과 사회학 이론을 토대로 자신이 속한 세대는 물론, 사랑과 질투, 공동체와 개인적 고립 사이의 좁고 위험한 경로를 배회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돌보기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이자 선언문이다.
토마스 레온치니는 1985년 이탈리아 북부의 라스페치아에서 태어났다. 기자이자 작가이며 심리학 박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담을 책으로 낸 『갓 이즈 영God is Young』,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집 『액체 세대』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세계 청년 시노드 평신도 회원으로 임명되었다. 최근작으로는 2020년 일본 뇌과학자 켄 모기와 함께 집필한 『이키가이 인 러브Ikigai in Love』가 있다.
옮긴이 김지우는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와 ‘나쁜 사랑 3부작’ 『성가신 사랑』,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이 있다. 그 외에도 2022년도 스트레가상 수상작 산드로 베로네시의 『허밍버드』,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발렌티나 잔넬라의 『우리는 모두 그레타』, 파올로 발렌티노의 『고양이처럼 행 – 복』이 있다.
여우와 망아지
안토니오 그람시 글 | 비올라 니콜라이 그림 | 이민 옮김
2022년 11월 | 15,000원
1900년대 초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산골 마을,
일요일이면 행상 할아버지의 짐을 싣고 나타나던 말 한 마리.
그 말은 왜 가짜 꼬리와 귀를 달고 있었을까?
이 책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화가 비올라 니콜라이는 그람시의 노트를 모아 출간한 『감옥에서 보낸 편지』 가운데「여우와 망아지」를 읽고 그 매력에 빠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짧고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 이야기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신비로운 마법처럼 인식하는 아이의 시선을 보여 준다. 무솔리니에게 저항하다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그람시는 고통 속에서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만날 수 없는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의 눈을 간직했던 그람시의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을 멋지게 결합한 화가 비올라의 그림을 통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되살아난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20세기 진보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정치 사상가이다. 1891년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사고로 등이 굽는 장애를 얻어 평생 고통을 겪었다. 1911년 토리노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노동자 단체의 주간지를 편집했고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했다. 학창 시절부터 저널리스트, 연극 비평가로 활동하며 정치, 경제와 문화가 통합된 사회를 꿈꾸었다. 생활고와 건강 문제로 휴학을 거듭하던 중, 장학금이 중단되자 결국 학문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1921년 이탈리아 공산당을 설립해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에 저항하고 1922년 이탈리아 대표 자격으로 ‘모스크바 코민테른’에 파견되었다. 이때 러시아 공산당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내 줄리아 슈히트Julia Schucht를 만나 두 아들 델리오Delio와 줄리아노Giuliano를 얻었다. 1926년 공산당 당수이자 국회의원으로서 무솔리니를 상대로 비판적인 발언을 한 뒤 구속되어 20년이 넘는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생애 마지막 1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내며 이빨이 빠져나가고 위장이 망가지는 고통 속에서도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펼쳤다. 그가 감옥에서 쓴 『옥중 수고』와 『감옥에서 보낸 편지』는 그 결정체로서 이탈리아를 ‘전쟁의 외상에서 깨어나게 만든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사후 6권으로 출간된 『옥중 수고』는 마르크스 사상을 비판적으로 해석한 저술로, 공산권이 몰락한 뒤 더욱 주목받는 대작이 되었다.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서는 세심하고 명료한 문체와 아울러 감수성이 넘치는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으며 『여우와 망아지』는 바로 이 편지 모음에 들어 있는 이야기다. 그람시는 두 아들을 볼 수 없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교육론을 쓰고 독서 목록과 장난감을 만들었다. 1937년 그는 수감 생활을 끝내지 못하고 뇌출혈로 사망, 마흔여섯의 짧은 생을 마쳤다.
비올라 니콜라이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에 있는 작은 마을 카스텔 델 피아노에서 태어났다.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볼로냐 미술 아카데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12년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2014년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실비아 로키, 프란체스카 란짜리니와 함께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자작나무 숲』을 출간했으며, 잡지 〈하멜린〉, 〈뉴욕타임스〉 등과 작업했다. 2014년에 출간된 『여우와 망아지』는 그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글에 그림을 그린 첫 번째 책이다.
이민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나폴리의 프란체스코 베네치아Francesco Venezia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익혔다. 1997년 (주)이손건축을 설립하고, 어린이 교육시설, 주거,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했으며 김수근 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14년 이유출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건축과 자유
잔카를로 데 카를로 ⸱ 프랑코 분추가 지음 | 윤병언 옮김
2022년 10월 | 21,000원
20세기 초 파시즘의 시대를 거슬러 자유를 향해 나아간 건축가, 잔카를로 데 카를로의 자전적 스토리를 소개한다. 젊은 시절의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뒤늦게 건축가가 되었으나, 건축을 ‘건축가에게서’ 빼앗아 사람들에게 돌려주려 했던 인물이다.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데 카를로의 삶 전체를 돌아보며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경험과 노년까지 작업했던 프로젝트들을 짚어보고 그가 건축으로 구현하려 했던 세상을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질서가 재편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에너지 넘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유럽 건축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던 그가 한 인간으로서 추구했던 삶의 궤적을 살피다 보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의 모습은 무엇이며 그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잔카를로 데 카를로는 1919년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1943년 밀라노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휴전 후엔 밀라노의 건축가들과 프롤레타리아 단결 운동과 레지스탕스에 참여했다.
활발한 사회활동 중에도 건축가의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1949년 베네치아 건축대학IUAV을 졸업했다.
1952년부터 ‘근대건축 국제회의(CIAM)’에 참여했고‚ 1960년엔 ‘팀 텐Team 10’의 창설을 주도했다. 1976년 ‘국제 건축 및 도시 디자인 연구소(ILAUD)’를 설립했고‚ 건축 잡지 《카사벨라Casabella》의 편집진으로 활동했다. 1976년 건축평론지 《공간과 사회Spazio e Società》를 창간‚ 2000년까지 발행인을 맡아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유럽 건축계에 대안적인 목소리를 냈다.
베네치아 건축대학을 비롯해 예일‚ 코넬‚ MIT‚ UCLA 등에서 가르쳤다. 1993년 영국 왕립 건축학회의 골드메달(RIBA Gold Medal)을 수상했고 2005년 밀라노에서 생을 마감했다.
프랑코 분추가Franco Bunčuga(1949년~)는 잔카를로 데 카를로의 지도하에 1974년 베네치아 건축대학IUAV을 졸업했다. 1980년대에 알제리의 건축&도시 공과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고‚ 이탈리아로 돌아온 뒤에는 건축과 예술의 역사를 가르쳤다. 다수의 자유주의 비평지에 기고하며 주요 필진으로 활동했고‚ 《ApARTe》의 창간을 주도했다. 자유주의와 유토피아 사상을 기반으로 예술과 건축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옮긴이 윤병언은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밀레니엄을 전후로 20여 년 남짓 피렌체에 머무르며 이탈리아의 깊고 넓은 지적 전통을 탐색했다. 귀국 후엔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고 이탈리아 인문학과 철학, 문학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조르조 아감벤의 『내용 없는 인간』, 『불과 글』, 『행간』을 비롯해 『상상 박물관』,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3』, 『참여의 건축』 등이 있다. 대산문화재단 번역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식물의 사생활』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